

요즘 건강 관리, 이제 참지 않아도 됩니다
"운동은 힘들어야 효과가 있다", "몸에 좋은 건 원래 맛이 없다." 예전엔 당연하게 여겨지던 말들이에요. 하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건강 관리도 참고 버티기보다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어요.
이런 흐름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예요. 건강(Health)과 기쁨(Pleasure)을 합친 이 단어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이끄는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이에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건강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1인 가구가 늘며 스스로를 챙겨야 하는 생활 방식이 자리 잡으면서 등장했죠. 핵심은 간단해요. 억지로 참는 관리는 오래가지 못하니, 내가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건강한 습관을 만들자는 거예요.
헬시플레저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반복하는 대신, 내가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데서 시작해요. 커피 한 잔을 사러 일부러 조금 멀리 있는 길을 걸어가고, 친구와 약속을 잡아 함께 공원을 걷고, 손주와 공놀이를 하며 웃는 시간도 모두 건강을 위한 움직임이 되죠. 건강을 위해 좋아하는 음식을 완전히 끊기보다 양을 조절하고, 제철 식재료를 맛있게 즐기며, 가족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천천히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오히려 꾸준한 건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이 흐름은 4060 세대에게서도 뚜렷해요.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올해 1~3월 건강식품 주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0% 늘었는데, 이 중 5060세대 구매 비중이 60%를 넘어섰어요. 건강을 쉽고 즐겁게 챙기는 헬시플레저가 이제 중장년의 소비까지 이끄는 흐름이 된 거예요.
이런 경향은 우리가 즐기는 상품들에서도 확인돼요. 국내 저당 탄산음료 시장은 유로모니터 조사 기준 2022년 8,861억 원에서 2024년 1조 8,216억 원으로 두 배 넘게 커졌고, 2025년엔 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돼요.
제로 사이다 '나랑드 사이다'도 2025년 역대 최고 매출(500억 원)을 기록했는데, 업계는 이 성장의 배경으로 헬시플레저 트렌드를 꼽아요. 술자리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제로슈거 소주 '새로' 역시 출시 3년 만에 누적 판매 7억 병을 넘어섰고, 비빔면으로 잘 알려진 팔도는 설탕 대신 알룰로스를 사용한 '팔도비빔면 제로슈거'를 선보이기도 했어요. 맛의 즐거움은 포기하지 않으면서 건강 부담만 줄인 식품들이, 이제 우리 식탁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거예요.

흥미로운 건 이런 제품을 찾는 이유가 세대마다 다르다는 점이에요. HRC 오피니언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40대는 할인이나 광고를 보고 흥미를 느껴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50대 이상은 체중·질병관리 못지않게 '새로운 제품을 경험해 보고 싶어서'구매한다고 답했어요. 맛의 즐거움은 포기하지 않으면서 건강 부담만 줄인 식품들이, 이제 우리 식탁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이 헬시플레저의 정신은 최근 몇 가지 구체적인 흐름으로 더 넓게 퍼지고 있어요.
① 회복도 진심으로 챙긴다- 리커버리노믹스
운동만큼 '회복'에 진심인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사우나, 찜질, 마사지처럼 몸을 회복시키는 활동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흐름을 회복(Recovery)과 경제(Economics)를 합쳐 '리커버리노믹스'라고 불러요. 트렌드 미디어 '캐릿'은 사우나·테라피 등 회복 관련 소비가 늘면서 이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어요. 뒤에서 살펴볼 수면 시장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40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요.
사실 사우나와 찜질방은 젊은 세대보다 중장년에게 더 익숙한 문화였어요. 그런데 최근 이 문화가 2030, 4050 세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요. 사우나 후기와 정보를 공유하는 '고독한사우너' 계정은 팔로워 12만 명을 넘어섰고, '먼데이사우나'(1만 4천 명)와 '닥터사우나'(3만 6천 명) 같은 커뮤니티 계정도 속속 생겨나며 사우나 정보를 나누는 문화가 젊은 층 사이에서도 자리 잡고 있어요.

소녀시대 멤버 유리가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3년째 다니고 있다고 소개한 제주의 동네 찜질방 이야기가 화제가 됐던 것도, 80대 배우 선우용여가 TV와 유튜브에서 프리미엄 찜질방부터 25년 된 숯가마 찜질방, 핀란드식 사우나까지 하루 세 곳을 도는 모습으로 '프로 찜질러'라는 애칭을 얻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5060이 오랫동안 지켜온 회복의 문화가, 이제 세대를 넘어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는 거예요.


회복이 중요한 이유는 데이터로도 뒷받침돼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근육량은 40대부터 매년 약 1%씩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고 해요. 눈에 띄지 않는 변화지만 오래 쌓이면 걷고 균형 잡는 능력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예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근육량은 40대부터 매년 약 1%씩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고 해요. 눈에 띄지 않는 변화지만 오래 쌓이면 걷고 균형 잡는 능력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 회복은 '쉬는 시간'이 아니라 '건강관리의 한 축'으로 봐야 하는 셈이죠.
② 좋은 잠도 실력이다-슬리포노믹스
수면(Sleep)과 경제(Economics)를 합친 '슬리포노믹스'도 눈여겨볼 흐름이에요.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 관련 시장 규모는 2011년 4,800억 원에서 2021년 3조 원으로 10년 만에 6배 넘게 커졌어요. 글로벌 수면 시장은 2026년 약 4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츠는 2030년엔 약 154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어요.
1050세대 전체에 걸쳐 잠은 이미 중요한 화두예요.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전국 15~55세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면 인식 및 행태 기획조사 2025'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는 삶에서 중요한 가치로 돈(30.4%), 관계(22.8%), 잠·수면(15.5%) 순으로 꼽았어요.
특히 Z세대가 잠을 중요히 여기는 세대로 나타났어요. 돈(37.4%) 다음으로 잠·수면(18.7%)을 관계(14.8%)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 거예요. 가족·친구·연인과의 관계보다 잠을 우선순위에 둔 건 전 세대 중 Z세대가 유일했어요.

정작 잠 못 이루는 어려움은 중장년에게 더 크게 다가오고 있어요. 통계청의 '2024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50대가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답한 비율은 2019년 6.8%에서 2024년 11.1%로 5년 사이 크게 늘었어요. 평균 수면시간도 2019년 8시간 1분에서 2024년 7시간 40분으로 줄었어요. 게다가 같은 조사에서 40대 여성과 50대 남녀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관계'를 꼽았는데, 정작 잠은 편히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셈이에요. 결국 좋은 잠도, 좋은 관계도 서로 맞닿아 있는 회복의 문제라는 거죠.


③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은 웰니스 루틴
잠도 챙기고, 관계도 챙기고, 회복도 챙기고… 이렇게 나열하고 보면 할 일이 너무 많게 느껴지실 수도 있어요. 사실 이 모든 게 몸과 마음, 관계까지 아우르는 '웰니스(Wellness)'라는 큰 흐름 안에 있는 거예요. 단순히 아프지 않은 상태를 넘어,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한 삶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걸 뜻하죠.
실제로 글로벌 웰니스 연구소(Global Wellness Institute)에 따르면, 글로벌 웰니스 산업 규모는 2024년 기준 6조 8천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2029년까지 매년 7.6%씩 성장해 10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돼요. 그 배경에는 이런 인식 변화가 자리하고 있어요.
특히 중장년에게 웰니스 루틴이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평균 퇴직 연령은 49.4세인데, 정작 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나이는 41.7세로 나타났어요(하나금융그룹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2). 은퇴 이후의 삶이 생각보다 빨리, 길게 다가온다는 뜻이죠. 그러니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미리 관리해두는 웰니스 루틴이야말로, 든든한 노후를 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 셈이에요.
그런데 꼭 한 번에 다 바꾸지 않아도 괜찮아요. 최근 웰니스 업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는 '롱제비티(Longevity)'와 '루틴(Routine)'인데요. 얼마나 대단한 걸 하느냐보다, 작은 습관을 얼마나 꾸준히 이어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에요.
웰니스 루틴은 거창하지 않아요. 아침에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것, 잠깐 의식적으로 깊게 숨을 쉬는 것처럼 사소한 습관도 포함되는데요. 글로벌 웰니스 연구소는 최근 의식적 호흡법에 대한 관심이 1990년대 요가 붐에 견줄 만큼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어요. 잘 지키면 성공, 못 지키면 실패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컨디션에 따라 유연하게 이어가는 것이 핵심이에요.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어요. 국민연금공단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는 「노후준비 지원법」에 따라 전 국민에게 무료로 노후준비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재무·건강·여가·대인관계 4개 영역, 총 37개 문항으로 구성된 이 진단에서 건강 영역만 봐도 근력운동 빈도, 평균 수면시간, 건강검진 이력, 규칙적인 식사 여부 등 12개 문항을 물어요. 흥미로운 건 지금 특별히 아픈 곳이 없어도, 이런 관리 습관이 부족하면 '건강군 비실천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거예요. 핵심은 지금 건강하다는 결과가 아니라, 그 건강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인 셈이죠. 궁금하다면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 홈페이지(csa.nps.or.kr)나 '내 곁에 국민연금' 앱에서 직접 진단해 볼 수 있어요.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꾸준히
헬시플레저, 리커버리노믹스, 슬리포노믹스… 이름은 저마다 다르지만 결국 하나로 통해요. 참고 버티는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즐기면서 건강을 챙기는 것.
사실 이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에요. 좋아하는 걸 하며 몸과 마음을 돌보는 감각은 우리가 이미 여러 번 경험해본 것이니까요. 다만 이제는 그 감각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도록 하는 게 다를 뿐이에요.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어요. 오늘 하루, 좋아하는 산책 코스를 걸어보거나, 평소보다 30분 일찍 잠자리에 들어보거나, 미뤄뒀던 건강검진 날짜를 잡아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해요. 작은 습관 하나가, 오래도록 건강하게 나답게 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되어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