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Talk_20251127_105725143_01.jpg
 

나의 두 번째 봄, 다시 피어나는 삶

- 실버 강사·사회복지대학원생 은윤경 씨의 이야기 -


1761835253374.jpg
 

즘 은윤경님의 하루는 감사라는 단어로 채워진다. 주중에는 두세 곳의 강의를 오가며 현장을 누비고, 남은 이틀은 대학원 수업에 참여해 사회복지를 배우는 학생의 삶으로 돌아간다. 주말에는 손주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바쁜 일정의 쉼표를 찍는다.

그렇게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순간은 의외로 소박하다. 수업을 향해 가는 차 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따라 흥얼거릴 때.

 

,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구나.”

 

이 작은 깨달음이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다시금 감사한 마음으로 내일을 준비하게 만든다.

 


과거의 나, 그리고 멈춰 있었던 시간들

대학을 졸업한 뒤, 그는 사회체육지도자로 커리어의 첫 장을 펼쳤다. 버스를 세 번 갈아타는 과정도, 겨우 밝아오는 새벽의 공기도 그에게는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설렘이 더 컸다. 이어폰을 꽂고 새로운 안무를 구상하고, 주말이면 행사장을 누비며 종일 뛰어다니던 날들.

 

막내 선생님이었던 저는 늘 아침 6시 에어로빅반을 맡았어요. 인천에서 목동까지 가려면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했죠. 몸은 바빴지만 마음은 늘 들떠 있었어요. 그 시절은 열정그 자체였죠.”


스크린샷+2025-11-25+194702.png 

목동청소년 회관 당시 사진들

 

그때의 시간이 지금의 그를 있게 만든 밑바탕이 되었다. 사람들과 에너지를 나누는 일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이미 그때 깨달은 것이다.

 

혼 후 그는 필리핀에서 15년 동안 엄마로서의 시간을 보냈다.

그때는 정말 오롯이 엄마로서 살았던 시간이었어요. 제 인생의 기억이 거의 다 아이들이 자라는 순간들로 가득해요.”

 

스크린샷+2025-11-14+175023.png 

필리핀 있을 당시, 자녀와 은윤경씨

 

아이들 중심으로 흘러갔던 시간 속에서 자신은 잠시 멈춘 듯 보였지만, 후회는 없었다.

아이들이 자기 길을 바르고, 단단하게 걸어가는 것을 보며 ,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구나라고 확신이 들었어요. 지금 제가 다시 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도, 바로 그 시간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지금 큰딸은 서울대 수의학 박사과정을, 작은딸은 MIT ·박사 통합과정을 밟고 있다. 그가 쌓아온 사랑과 인내는 이렇게 눈부신 결실로 나타났고, 그 순간들이 다시 자신의 삶을 성장시키는 힘이 되었다.

 


 다시 시작을 결심하다

아이들이 대학 진학으로 한국으로 돌아오자, 그의 일상은 갑자기 정지된 듯했다.

한순간에 시간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었어요. 엄마로서의 역할은 끝나가는데, ‘라는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허전함과 공허함이 동시에 밀려왔고, 그는 진지하게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언제 가장 행복했지?”

 

스크린샷+2025-11-14+184209.png

 

 

답은 망설임 없이 떠올랐다.

새벽부터 운동장을 뛰고, 사람들과 눈 맞추며 웃던 그 순간들. 그게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간이었어요.”

 

기억이 그의 마음에 다시 불을 지폈다.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몸과 마음을 살리는 일을 다시 해보고 싶다이 마음 하나로 그는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고, 어르신들을 이해하고자 요양보호사로도 일했다. 그리고 마침내 대교에듀캠프 실버 강사로 다시 현장에 서게 되었다.

 

그때의 열정이 단지 젊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변화를 돕고 싶은 제 마음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았어요. 예전보다 더 넓은 시야로, 더 성숙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이제야 제가 걸어갈 길이 분명해진 것 같아요.”



 요양보호사 2,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

요양보호사로 보낸 2년은 그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 시간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한때 각자의 자리에서 화려하게 살아온 분들이었다. 대학 총장을 지내신 분, 약학과를 졸업해 남편과 아들 모두 의사인 분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치매를 앓게 되면, 그 모든 사회적 지위와 학력, 재산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저 한 인간으로서 나약하고,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모습으로 센터에 앉아 계셨어요. 한동안은 그 모습을 보며 깊은 딜레마에 빠졌어요. '인생의 끝이 저렇다면, 열심히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허무감이 몰려오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날들이 많았죠.”

 

 

스크린샷+2025-11-14+185652.png

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허무함을 넘어서는 어떤 강한 감정이 어르신들을 통해 전해졌다. 그것은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려는 힘이다.

 

작은 미소 하나, 짧은 인사 한마디에도 삶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담겨 있더라고요. 그 순간들을 지켜보면서 깨달았어요. ',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구나.'

 

그때부터 그는 어르신들을 돕는 일이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인생의 사명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재도전과 새로운 시작

느날 대교에듀캠프에서 실버강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건 꼭 도전해야겠다.’ 싶었어요. 오랜 시간 멈춰 있던 제 안의 열정이 다시 깨어나는 것 같았어요. 그날 바로 이력서와 자격증 사본을 하나하나 정성껏 준비했죠.”

 

50플러스 북부캠퍼스에서 열린 채용설명회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60명의 지원자가 한 공간에 모여 있었고, 그들 역시 저마다 다시 한번 무대에 서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나만 이런 마음이 아니구나.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구나. 이 사실이 저를 더욱 간절하게 만들었고, 돌이켜 보면 그날의 두근거림이 제 인생의 두 번째 봄을 열어준 순간이었습니다.”



희망이 되어, 다시 사람들 곁으로

그래서 그는 트니트니 시니어 강사로서 새롭게 현장에 섰다.

제 활동 예명이 희망이예요. 어르신들의 건강의 희망이 되고 싶고, 기쁨의 희망이 되고 싶고, 즐거움의 희망이 되고 싶어서 지었어요.”

 

IMG_1175.jpg 

트니트니 시니어 강사 활동

 

지만 다시 현장으로 돌아올 때 솔직히 두려움도 컸다.

체력적인 부담도 있었지만, ‘내가 여전히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자신감의 문제가 제 마음을 흔들었어요.”

 

그런데 어르신들과 함께하며 그 불안은 점차 감사로 바뀌었다.

공부를 통해 얻은 이해와 공감이 현장에서 큰 힘이 되었어요. 그제야 두려움보다 감사가 더 크게 느껴졌죠. 지금이 제 인생의 두 번째 전성기라고 생각합니다.”

대교에듀캠프 트니트니 시니어 강사로 일하게 된 이후, 그는 매일이 참 행복하다고 말한다. 실버강사는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직업이 아니라, 어르신들에게 건강과 즐거움을 전하고, 그분들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되돌려 받는 일이기도 하다. 

스크린샷+2025-11-14+181551.png 

트니트니 시니어 강사 활동

 

처음 수업을 시작하면 어르신들은 대체로 에너지가 부족하고, 우울감이 짙은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함께 몸을 움직이고 웃다 보면 표정이 달라지고, 어깨가 펴지며, 목소리도 커지죠. 그 변화의 순간을 지켜볼 때마다, ‘, 내가 정말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 싶어요.”

 

매 수업의 마지막에는 어르신들과 함께 이렇게 외친다.

 

우리는 최고! 우리는 할 수 있다!”

 

그 구호가 울려 퍼질 때마다 강의실 안에는 환한 웃음과 긍정의 에너지가 가득 차고, 그 에너지가 그의 하루를 밝히며 내일의 수업을 준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저는 어르신들께 에너지를 드리지만, 사실은 그분들께서 제게 더 큰 힘을 주세요. 그분들의 미소와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가 제게는 내일을 기다리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지금 이 일이 그에게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삶의 기쁨을 나누는 사명이 되어가고 있다.

그는 오늘도 희망이라는 이름을 마음에 품고, 강의실 문을 열며 어르신들과 만난다.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 시니어 치매·정신건강의 길

느 날, 한 분을 소개받았다. 아직 65,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으신 분이었다.

처음 뵈었을 때는 단정하고 품위 있는 인상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의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분이었어요. 90세 노모와 가족들이 그분을 돌보며 애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참 마음이 아팠죠.”

 

그때 마음속에서 질문이 생겼다.

 

내가 이분들을 위해 더 잘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 질문이 계기가 되어 그는 사회복지를 공부하기로 결심했고, 지금은 신체활동과 인지훈련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의 일상 회복을 돕고 있다.

스크린샷+2025-11-30+202652.png

학업중인 은윤경씨 

이제는 단순히 운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지켜드리고 마음을 돌보는 일이 제 삶의 새로운 사명이 되었어요. 요양보호사로 일할 때부터 치매 어르신들을 가까이에서 돌보며, 그분들의 세상을 이해하고 어떻게 마음을 열어야 하는지를 현장에서 몸으로 배운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구분선2.png

 

치매 어르신들과 함께한 순간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일도 있다.

 

치매가 있으셔서 이름이나 사물을 잘 기억하지 못하시는 어르신이 계셨어요. 어느 날 손을 꼭 잡고, 아련한 눈으로 희망이 선생님 기다렸어요. 보고 싶었어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 짧은 한마디에 그분의 노력과 회복 의지가 느껴졌고, 눈물이 핑 돌았다.

 

치매환자 지원활동은 단순한 운동 지도가 아니라, 존재를 기억해 주는 일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몸의 움직임을 넘어 마음의 자극, 관계의 지속이야말로 치매 어르신들에게 큰 힘이 되는거죠.”

 

그는 매수업마다 동작보다 먼저 눈빛과 이름을 건넨다. 사회복지학을 배우면서, 이러한 관계적 돌봄이 진정한 인지·정서 재활의 기반이라는 것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그는 이러한 현장 경험을 체계화해, 치매 예방 운동과 사회복지 실천을 융합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1718716278340.jpg

 

요양보호사 활동 당시 사진(어버이날 행사)



두 번째 봄, 삶의 선물

올해, 그는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에 입학했다.

“50대에 다시 대학원생이 된다는 건 용기와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현장에서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이분들의 삶을 더 잘 이해하고 돕고 싶다는 마음이 저를 이화여대로 이끌었죠.”

 

1761746522069.jpg

이화여대에서 찍은 사진

 

30년이 넘게 떠나 있었던 교정을 다시 밟는 순간, 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을 느꼈다.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몰랐어요. 젊은 선생님들과 함께 대화하고 토론하며 배우는 순간마다 많은 자극과 에너지를 받습니다. 공부가 제 일을 풍성하게 만들고, 일터가 제 공부의 현장이 되거든요.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지만, 이 길이 제 인생의 두 번째 봄인 것 같아요.

 

구분선2.png

 

 

1764400338796.jpg

 

한 그는 경력단절로 고민하는 또래 여성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괜찮아요. 늦은 시작은 있어도, 늦은 인생은 없어요. 저도 처음에는 두렵고 망설였지만, 한 걸음 내딛고 나면 세상이 달라 보이더라구요. 중요한 건 완벽하게 준비된 시점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믿고 시작하는 용기예요.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진정 행복한 일을 하세요.”

 

그는 오늘도 더 큰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저의 목표는 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실천가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신체 건강만큼 마음의 건강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배웠어요. 앞으로 치매 예방과 정신건강을 결합한 통합 프로그램을 만들어, 어르신들이 오랫동안 건강하고 존엄하게 살아가도록 돕고 싶어요. 또한 중년 이후 저처럼 새로운 길을 찾는 여성들에게, ‘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어요.”

 

배움과 나눔을 통해 맞이한 삶의 두 번째 봄. 그는 이제 스스로 그 봄을 살아내며, 자신의 경험과 열정으로 다른 이들의 삶에도 향기를 불어넣고 있다.

 

 

 

 KakaoTalk_20250905_094354381.png